소개
흔히들 겪는 평범한 이야기
“이 애는 이상하게 안 자네요. 보통은 안 이런데.”
아기 생후 40일경, 산후도우미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제 아이가 유달리 잠을 안 잔다고 했어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저는 육아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수면교육’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 100일 무렵 유명한 코치에게 수면컨설팅을 받았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수면교육 과정이 마무리된 후에도 아기는 밤새 보채고, 한시간마다 깨서 울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맡은 케이스는 모두 성과가 좋았는데,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혹은 엄마에게요.”
결국 아기가 울지 않고 통잠을 자게 된 건 수면교육으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생후 7개월 무렵이었고, 수면컨설팅의 경험은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다른 아기들은 다 수면교육에 성공해서 통잠자는데 그걸 못 하는 아기 또는 제가 문제라는 말에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았으니까요. 그러나 이를 계기로 아기 수면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고, IPHI 수면컨설턴트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가족이 겪는 수면 문제를 절대로 ‘엄마나 아기의 탓’으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요.
상냥한 수면교육의 딜레마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수면 컨설팅을 원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전의 저와 같은 100일 전후의(사실은 대부분 더욱 어린) 아기 엄마들이었어요. 이 분들이 원하시는 것은 명확했습니다.
“아기가 스스로, 울지 않고, 밤새도록, 12시간씩 잤으면 좋겠어요.”
생후 6~8주부터 조기 수면교육
많은 양육자들을 만나며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는 무조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잘 수 있어야 하고, 밤에 최소 10~12시간을 잘 수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생후 6~8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수면교육의 시기였습니다. 수면교육이라는 개념이 유래한 서양에서도 지금은 생후 4~6개월 이후에 시작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가 되어가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조기 수면교육’을 원하고 있는 걸까요?
저명한 의료인,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입을 모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2000년대 이전의 낡은 방식입니다. 19~20세기 서양 의료진은 아기에게 발달을 초월하는 ‘독립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아기 그리고 수면의 발달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며 생후 4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수면교육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수 많은 ‘전문가’들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지난 세기의 지식으로 수면교육을 이야기하고, 많은 초보 부모님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백 명이 옳다고 말하는 것을 ‘틀렸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 속에 깊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새롭고, 바른 지식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제게는 사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천동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처럼,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는 꼭 필요하다고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해도 저는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생후 6~8주 아기에게는 수면교육 하지 않아요.”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아기 수면에 대한 지식의 공유를 통해 부모님과 아기들을 힘들게 하는 낡은 수면교육 관행이 조금이라도 옅어지기를 바랍니다.
About
현재
심리학을 전공하고 IPHI 임산부&영유아 수면컨설턴트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아기 수면에 대한 증거 기반 접근법인 POSSUM 교육 과정을 통해 최신 수면과학을 공부했고, 4년간 수면컨설팅 현장에서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왔어요. 올바른 수면 정보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